가녀리게 떨어지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봐 사방에 그리움이 자욱하게 떠다닌다 눈이 없는 네가 에메랄드빛 눈물을 뚝뚝 흘릴 때 몇 개의 입을 가진 그녀는 그 결정을 골고루 씹는다 경쾌하고 맑은 소리가 나는구나 모든 기억에서 잊히길 바라며 안개 자욱한 바다에 몸을 던졌을 때 너의 눈동자는 여전히 푸르고 푸른 눈에 닿은 수백 개의 소문에 대한 환멸 새벽녘의 파도이...
비가 오고 난 뒤, 오랜만에 서늘한 공기였다 흐린 날씨 탓인지 해는 빨리 저물었고 고속버스 안은 적막과 찬 공기만 맴돌았다 더위를 예상한 탓에 얇고 짧은 옷을 택한 우리는 살에 살을 맞대고 온기를 나눴다 자꾸만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머리를 옆에 있는 따뜻한 어깨에 살짝 기댔더니 머리 위로 또 하나의 머리가 포개진다 선잠에 들었다가 눈을 떴다 내 옆자리에 앉은...
어른이 된 나는 두려운 것들이 많아져 달리는 버스에서 음악조차 크게 듣지 못했다 잠이 안 오는 날엔 밤을 새워 글을 썼다 이렇다 하게 마음에 드는 글은 아닐지라도, 그냥 그런 새벽 감성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루지 못한 꿈을 떠올리기도 하고 실패한 사랑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성숙해진 거울을 보며 슬쩍 웃기도 했다 지나간 것들을 한참이나 그리워하고 다가...
24번째 생일을 맞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밤 기차 안에서 비툴거리는 손글씨로 적힌 너의 편지를 읽다, 아주 조금 울어버렸다 네가 어떤 마음일지, 나는 또 어떤 마음인지 몰라서. 어쩌면 그게 이유가 될까 네가 미래를 쌓을 때마다 나는 타들어 갔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던 시선을 나는 끝내 못 견디고 돌아섰다 네 사랑이 담긴 손편지 속에 나는 미안함을 가득 ...
서툴러 사랑이라 말하지도 못하였다 당신을 떠올리느라, 나는 내내 잠 못 이루었다 왜 이리 늦게 왔냐 물으실까 매일 밤 맘 졸이며 울었다 당신은 날 어루만지며 웃어주었는데 눈을 뜨면 아스라이 사라졌다 곁에 있지만, 곁에 있지 않았다 보고 있어도 언제나 보고 싶었다 눈을 감는 게 두려워 당신을 한참이나 담았다 우리는 다른 극의 자석처럼 멀어졌다 일정 거리 안으...
약을 털어 넣은 입이 쓰다며 짙은 립스틱을 발랐다 할 말이 많을 땐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사과 같은 거 잘할 줄 몰라, 그러니까 그게 대충 무슨 말인지 알지? 와 같은 그런 맥락이었다 어깨선 아래로 늘어진 머리카락에는 갖은 후회와 스쳐 간 냉소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우수가 서린 낯빛으로 눈 대신 립스틱을 짙게 바른 입이 웃는다 나를 보는 사람도 눈 대신...
고요한 사찰의 향냄새가 머리를 울린다 멍멍해진 귓가로 속세의 악연들이 줄지어 기어간다 흔히 앓던 우울도 이곳에선 사치다 푸르른 절경 속의 지저귐은 망각에 숨을 불어넣는다 망각에 숨을 불어넣으면, 시간의 유리관을 떠다니던 기억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나는 기둥이 굵은 오래된 나무 곁을 빙글빙글 돌며 졸졸 흐르는 약수 소리를 듣는다 사찰의 향냄새 나를 뒤 덮고도...
달 같이 허연 낯빛을 띄고서는 둥그려다 만 행성을 데구루루 구르다 취한 걸음으로 나에게 안겨왔지 '우리가 그리던 가을이야' 발그레진 볼 위에 붉어진 마음과 지는 하늘이 얹혔다 우린 반쯤 감긴 눈으로 울퉁불퉁한 행성을 돌고 또 돌다 아스라이 밟히는 달의 노래를 들으며 어느 바위틈에 주저앉았다 서툴고 달게 퍼진 향기가 우리를 가깝게 만들고, 불어오는 가을이 달...
회한이 서려오는 날에는 기둥이 내 품보다 두 뼘 두꺼운 나무에 기대앉았다 문득 외로움이 밀려올 때면 내 품에 안기지도 않는 나무를 끌어안았다가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헛디디며 몇 번 미끄려졌다 눈을 뜨면 여전히 어두운 방 안이었다. 외로운 마음은 그대로인데 기둥이 두꺼운 나무는 없다 나는 어디에도 기대어 앉을 수 없고 어떤 것도 끌어안을 수 없었다 그런 날에...
애정을 잔뜩 쏟고서 나는 앞으로 걸었고 받은 당신은 반대로 걸었다 나는 긴 머리를 잘랐고, 달은 나 대신 슬픈 눈으로 떠올랐다 콸콸 쏟아져 깨져버린 와인병이 나 같아 울었다 온 바닥을 얼룩덜룩 더럽힌 검붉고 떫은 와인이 내가 쏟은 마음 같아 울었다 잃어버린 시간들을 다시 쓸어 담을 길이 없어 맨 손으로 피를 흘리며 흔적들을 지웠다. 슬픈 눈을 한 달 덕분인...
새파래진 입술이 외로움을 뱉어내던 밤을 지나 내 목에 배려를 둘러 주던 그 어느 새벽을 지나 마침내 찾아온 찬란한 아침, 그리고 너 지쳐 쓰러진 마음을 품에 안고 쓰다듬는 손길에 박혀 있던 얼음 조각들이 녹았다 이젠 당신과 마주할 처음이라는 이름을 읊조리다, 행복에 겨워 단잠에 빠지는 일상을 기다리며 몸을 일으켜 당신에게 한 발 다가간다 아슬아슬 떼어내는 ...
시를 씁니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